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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얼마 전에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우리 병원에 22살 먹은 간호사 어머님을 진료하였는데, 검사해보니 다행히 암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간호사 어머님의 목에 커다란 혹이 만져졌습니다. 그래서 얼른 세포검사를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세포검사 결과가 암이 의심된다고 하며 조직검사를 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후배 의사에게 조직검사를 맡겼더니, 거기서도 암이 의심된다고 하며, 다시 한 번 조직검사를 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마음 한편으로는 혹 암이라는 진단이 나온다면, 의사를 잘 만나서 암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제 지적 욕구를 만족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며칠 전 세 번째 검사한 마지막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암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검사를 하면서 환자분에게 지난 10여 일 동안, 암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여, 환자분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지냈을 것입니다. 좋은 소식이 전달되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되어서 그분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옛말에 ‘의사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그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를 만나서 괜히 쓸데없이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돈도 많이 지불하여야 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결과가 좋으니, 웃으면서 이야기하게 되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네 삶이 바로 이렇게 늘 불안감이 함께 하며 마음 편안하게 지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환자와 같은 삶이 아닌가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움 가운데에도 늘 평안한 삶을 유지하며 살고 계시는 분들이 이 아침에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다시 병원에 왔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이상하여, 정밀검사를 해보니 간암이었습니다. 좋지 않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그렇게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저는 무척 괴로웠습니다. 전에 교회 자매님 자녀가 열이 나서 진료를 받았는데, 결국 급성 간염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그때도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의사로서 이상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심각한 병이 발견되곤 하였습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저는 누군가 병에 대하여 물어보면 간단히 웃으면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심각해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늙습니다. 환자가 정말로 무서워집니다. 의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환자를 보면서 그저 놓치지 않고 진단을 내린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 의사의 솔직한 마음입니다. 만약에 그 환자가 저에게 다시 오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일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제가 그 자매님의 말을 듣지 않고 간기능 검사를 하지 않았는데, 다른 곳에서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자매님과 저와의 관계는 헝클어지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들고, 자매님이 그분이 저에게 보내준 천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그 간호사가 이제 어머니를 간호해야 되어서 병원을 그만 두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 간호사의 앞으로의 인생이 보였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앞으로 겪게 될 인생을 생각하니, 하루 종일 마음이 답답하였습니다. 대학에 있었을 때, 늘 이런 것이 괴로웠습니다. 살고 죽는 문제가 우리에게 속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게 나이를 먹어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회를 다니면서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러한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의사들은 습관적으로 검사 결과가 암이 나오지 않으면, 암이 아니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암이 나올 때까지 암을 의심하고 다른 검사를 계속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러한 것이 생활에 연장이 되어, 매사를 단순히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그저 조심스럽고 늘 비관적이 되기 쉬웠습니다.

며칠 전에도 어떤 환자에게 수술을 하고 나니, 수술 부위가 이상해졌습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면, 그러면 그 부위에 염증이 생겨서 앞으로의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 예견되었고 환자와도 부딪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오가며 기도를 하며, 가슴조이며 지냈습니다. 오늘 그 환자가 병원에 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환자의 상처부위는 멀쩡하였습니다. “이건 또 뭐지.” 나를 그렇게 괴롭게 하였던 부위가 깨끗하네.” “내 기도에 응답해주신 것일까?”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일까?” “내가 괜히 지레 겁을 먹고 지낸 것이었을까?” “얼마 전에 환자에 대한 글을 성급히 썼다가 나온 결과로 실망한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선물일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고, 마음 편하게 또 오후를 맞습니다. 조울증(躁鬱症, manic depressive illness)환자와도 같은 저를 바라보며, 어떻게 긍정적으로 살아갈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에 있었을 때, 수많은 외과의사들이 조울증환자였습니다. 수술이 잘못되면 레지던트를 죽일 듯이 달려들고,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결과가 좋으면 간이라도 빼어줄듯이 기뻐하고 우쭐해하고, 그때 얼마나 그 사람들을 ‘조울증 환자’라고 욕하며 비웃었는데, 제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까불지 맙시다. 티끌만도 못한 주제에.” 그렇게 오후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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